PO가 문제 정의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PO는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권자가 문제를 정의하도록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혹은 PO는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결정권자가 문제를 정의하게 돕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PO가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권자가 문제를 정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1. PO의 본질: 문제에 집중하던 시절
많은 PO들이 “제품을 성공시키는 사람” 혹은 “제품팀이 해내도록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정의합니다. 저 역시 그런 정의를 해왔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집착은 제 업무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특히 PO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문제 정의,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찾고 문서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면 성공이 따라올 거라 믿었죠.
2. 하지만, 문제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를 잘 정의했음에도, 실제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많은 PO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책임은 큰데 권한은 없어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보통 PO를 표현하는 말 중에 '제품의 mini-CEO'라는 표현이 있는데, 본인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제품이 성공하지 못 했을 때, 제품팀이 이상한 방향으로 갈 때,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해결할 고객의 문제를 발견해도 그 문제를 ‘공식적으로 채택’할 권한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상위 결정권자가 방향을 정한 뒤, 실행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때 PO는 점점 실행자로 전락합니다.
아마 실행자로서 아래 정도의 선택지만 있을 것입니다.
- 상위 의사결정권자들이 결정한 것을 듣고 그냥 한다.
- 상위 의사결정권자들이 결정한 근거를 듣고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제시한 근거를 듣고 질문하면서 이해한 상태로 한다.
- 상위 의사결정권자들이 결정한 근거를 듣고 이해와 챌린지, 본인만의 조사를 번갈하가면서 토론하면서 결정된 사안을 약간 더 튜닝하고 진행한다.
- 상위 의사결정권자들이 결정한 근거를 강하게 챌린지하고 본인의 근거들을 더하면서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만들고 진행한다.
3. 진짜 중요한 일: 문제 정의를 ‘결정권자’가 하게 만드는 것
지금 제가 PO들에게 강조하는 건 이겁니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정의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PO의 진짜 일이다.”
왜냐면 제품 조직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품에서 PO가 하는 많은 시도들이 다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며, 성과를 잘 내는 분들은 실패를 잘 매니징 하면서 끝내 성공하는 사람들입니다.
문제 정의에 대한 조직의 합의가 없다면 실패에 대한 보호막도 없습니다. 그래서 PO는 조직 내 결정권자에게 문제 정의의 책임을 부여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와 관점을 결정권자의 정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합니다.
4. PO가 집중해야 할 4가지 변화된 질문
이제 PO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달라집니다:
- 누가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사람인가?
-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하는가?
- 그 결정에 내가 가진 정보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 그 사람의 결정 과정에 내가 가진 맥락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가?
이건 단순히 아부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확신과 논리를 의사결정 구조 안에 연결하는 전략입니다.
해결할 문제를 정하는 논의와 결정의 순간으로 가봅시다. 음..그냥 분기나 반기 혹은 연간 로드맵을 논의/결정하는 순간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이런 자리에서 보통은 "맞는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 자리의 목적을 다시 생각 해봅시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해결할 고객의 문제, 해결할 회사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정의하고,
각자 어떤 솔루션-문제를 담당할지 결정한다.
여기에서 염두에 둬야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성장"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논의의 자리에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큰 의사결정권자를 찾고, 그 사람이 "문제 정의의 도장을 찍도록" 해야 합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의사결정권자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 근거를 찾고, 좋은 가설을 가져오는게 아니라 최종 결정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저 일을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진심전력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PO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해결할 고객 문제를 저 의사결정권자에게 잘 전달해야 합니다. (이걸 또 설득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데 의사결정권자가 수용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이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내가 문제를 정의한 맥락들을 잘 전달하여 의사결정권자도 그 상황을 이해하고 의사결정권자의 문제 정의 과정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게 되게 쉬워보인다면 그 분은 엄청 일을 잘하는 분이거나 일을 해보지 않은 분입니다.

이 글이 가장 도움이 될 분들은 이 글이 와닿지 않을 수 있겠네요. 😄 하지만 두번째로 도움이 될만한 분들은 실제 실행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부디 회사에서 조금 더 안전한 상태에서 좋은 실험과 시도를 하면서 끝내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PO가 기억해야 할 4가지 질문
- 누가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사람인가?
-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하는가?
- 그 결정에 내가 가진 정보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 그 사람의 결정 과정에 내가 가진 맥락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