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없이 4주를 보낸 후 깨달은 것

매일 체중을 재던 습관을 4주간 멈춘 실험.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2주차엔 불안이 찾아왔다. 숫자 대신 매일 같은 티셔츠의 어깨선과 바지 핏으로 관리하며 발견한 것은 의지력의 장기관리 노하우였다. 체중 관리의 압박이 사라지니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여유가 생겼고, 4주 후 0.7kg 증가는 오히려 성공으로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은 관리가 때로는 더 지속가능하다.

체중계 없이 4주를 보낸 후 깨달은 것

어제 4주 간의 강릉 워케이션을 마치고 세종 집으로 돌아다. 지난 4주 동안 가장 먼저 맞닥뜨린 변화는 아침에 체중을 재던 습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 관리의 핵심 지표로 매일 아침 체중을 측정하던 내게 이 상황은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같았다.

처음엔 호기롭게 없어도 되겠지 싶었는데, 2주가 지나니까 슬슬 불안해졌다.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나의 상태가 막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나..체중계를 또 살 수도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숫자 대신 찾은 신호들

체중계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신호들에 주목했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옷을 입을 때의 핏이었다. 사실 나는 고무밴드로 된 옷들을 주로 입고, 주로 운동복을 입어서 이 체크가 잘 안 되는 편이었는데...그나마 몇개 가져갔던 후크가 있는 바지들과 동일 브랜드의 동일 모델 티셔츠를 입으면서 티셔츠의 어깨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매일 같은 각도로 서서 확인하는 루틴을 가졌다. 다소 주관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꽤 정확한 나만의 기준이 되어갔다.

의지력 이코노믹스: 예상치 못한 축복

돌이켜보면, 체중계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인 점도 있었다. 만약 매일 체중을 측정했다면, 나는 분명 더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려 했을 것이다.(실제로 그러하다...) 0.1kg의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 앞에서 조금의 계산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내랑 뭘 먹으러 가지?를 고민하는 순간에..."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살은 찌니까 먹으면 안 될 것 같고..뭘 선택할 수 있는게 없어!!!!"라고 말하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 짜증이 아내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꽤 크다. (이것을 잘 아는 이유는 자주 그러기 때문이다. ㅎㅎㅎ)

결국 장기 레이스에서는 의지력을 발휘하되,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느꼈다.

스트레스와 의지력의 균형

타지 생활 2주차부터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폭풍 상황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쪽 턱이 부어서 혹부리영감님처럼 보였고, 회사에는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끄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만약 식단 관리에 대한 압박까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도 재앙이었을 것이다. ㅎㅎ

난 항상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이를 현명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한다. 체중을 측정하지 않는 것이 내게 의지력의 여유분을 만들어줬고, 그 마진은 고스란히 스트레스 관리에 투입될 수 있었다.

나름의 재발견

4주 만에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체중은 0.7kg의 증가를 보였다. 이에 대한 내 판단은 "이 정도면 성공인데?"였다.

깨달은 것들:

  1. 매일의 측정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2. 프록시 지표도 꽤 유용하다
  3. 의지력의 적절한 배분이 장기적 성공의 열쇠다
  4. 완벽하지 않은 관리가 때로는 더 지속가능하다

다시 일상으로

이제 체중계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숫자를 보는 삶이 시작되었고, 어제 밤에 쿠팡에서 저속노화 식단을 위한 식재료를 시켰다. 😄 지표가 없을 때 느꼈던 좋았던 점을 유지하면서 이 생활을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이고 있다.

의지력을 적절히 배분하기 위해 너무 타이트하지 않은 관리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달아날 곳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 작전상 후퇴나 공백을 통해 여유로움을 만들어볼 것이다.

오늘 글을 쓰고 나니, 체중 관리를 하면서 내가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엄격하게 식단/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체중 관리에 부정적인 이벤트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발견을 했다. 예를 들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운동을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라거나. 이런 순간을 잘 이겨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행동 원칙을 설계하고, 실행해보고 후기를 남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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