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편함을 피한 대가

비 오는 토요일 아침, 평소처럼 루틴을 지키다가 러닝 직전에 멈췄다. '비 맞으며 뛰기 싫어'라는 작은 회피가 하루 전체를 무너뜨렸다. 운동 대신 소파에 누워 유튜브 쇼츠에 빠지고, 과자를 먹으며 보낸 하루. 작은 불편함을 피하려다 더 큰 불편함에 빠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다시 운동화를 신으며 깨달았다. 때로는 비를 맞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작은 불편함을 피한 대가

어제 아침은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게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볕에 잠에서 깼고, 성실히 아침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왔고, 양치를 하고, 혈압약과 건강 보조 식품을 챙겨 먹었습니다. 바나나 하나를 먹고 밤새 볼 일을 보지 못한 칸트(강아지)와 산책을 했습니다. 주말이라 한 주 동안 미뤄둔 빨래를 들고 빨래방으로 갔고,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글을 하나 썼습니다. 😄

여기까지는 완벽했습니다. 루틴대로 흘러가는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마음을 잘 표현한 GPT녀석(거실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아요.)

작은 선택의 순간

달리러 나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창밖을 내다봤는데, 비가 엄청 많이 오진 않아서 조금만 지나면 그칠 것 같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치겠지.'

30분이 지났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선택해야 했습니다. 비를 조금 맞으면서도 달릴 것인가, 아니면 오늘은 패스할 것인가.

'내일도 주말이니까 내일 뛰면 되지. 그리고 러닝화가 젖으면 곤란하잖아? 비싼건데..'

그렇게 저는 뛰지 않았습니다. 비를 맞으며 뛰는 것에 따른 여러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달리지 않은 제 자신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좀 쌓였는데요. 그런 스트레스들이 짜증과 만나 증폭되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냉장고에 있는 케이크롸 빵을 먹었습니다. 슈퍼에서 사 둔 과자 봉지를 뜯었죠. 그리고 또 뜯었습니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 쇼츠를 켰습니다. 15초짜리 영상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새로운 자극이 쏟아졌습니다. 어제 따라 러닝, 웨이트, 멘탈 등에 대한 쇼츠는 하나도 안 나오고 그냥 계속 자극적인 녀석들만 나오더라고요.

하루가 끝날 무렵, 몸은 하루 종일 쉬었는데 오히려 더 피곤했습니다. 뇌는 도파민에 절여져 있었고,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늦은 밤의 상태. 제 러닝 이사회 코치들의 이름이 막 생각 남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돌이켜보면, 비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를 맞으며 뛸지 말지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작은 불편함을 피하려다 더 큰 불편함에 빠졌습니다. 비를 맞는 70분(어제는 LSD여서 시간이 길었음)의 불편함을 피하려다, 하루 종일 자기 짜증과 도파민 과부하라는 더 큰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오늘 아침, 다시

오늘 아침도 어제와 똑같이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양치, 혈압약, 건강보조식품, 바나나, 강아지 산책. 그리고 밖을 봤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령 비가 왔더라도, 오늘은 운동화를 신었을 것입니다. 이제 주말이 끝나니까요.

어제의 경험이 가르쳐준 것이 있습니다.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더 큰 불편함을 막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루틴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사소하다는 것을. 그리고 한 번 무너진 루틴은 계속 무너지기 쉽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힘든 순가에 하루를 멈춰봤자...그 멈춤이 제게 줄 수 있는 이득은 정말정말 적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래도 언젠가는 쉬고, 멈춰야죠.ㅎㅎ)

비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제 삶에서 더 많겠죠.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선택을 다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비를 맞으며 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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