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드러낼 기업의 민낯
AI 시대가 도래하며 기업들은 두가지 흐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AI를 통해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임팩트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리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날 겁니다. AI가 기업의 민낯을 드러내는 시대. 당신의 기업은 어디에 있습니까? 수영장이 물이 빠지는 지금, 당신은 수영복을 입고 있나요?

AI가 점점 우리의 업무 안에 녹아들면서 기업들의 반응 역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반응은 아니지만, 아래의 큰 두가지 흐름 정도는 확실하게 등장한 것 같아요.
- 비용 효율화: AI를 통해 각종 단순 비용을 절감
- Impact 증대: AI를 통해 가치 생산을 극대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비용 감축의 흐름은 Shopify의 최근 발표에서 명확히 드러났죠. Shopify는 모든 신규 채용 및 업무에서 AI 활용이 "기본 기대치"가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죠. 신규 채용을 승인 받기 전에 반드시 AI로 자동화 시도를 거쳐야 하며, 전사적으로 "AI 우선"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사실 어느 시대나 기업은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되, 가치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려고 했죠. 하지만 그 난이도가 AI 덕분에 확 낮아졌습니다. 원래도 최근 불황, 유동성 감소 때문에 감축을 고민하던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대안이 생겼습니다.
기업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일들을 샅샅이 뜯어보고 그 업무 과정 중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들과 없는 일들을 찾을 겁니다. 많은 일들이 AI가 하게 되겠죠. 이제 과거와 같은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가치의 극대화 흐름 역시 명확합니다. 최근 Duolingo는 AI 도입으로 콘텐츠 생성 속도가 약 10배 빨라졌으며, 2025년 한 해에만 148개 신규 언어 코스를 출시하는 등, 수작업으로는 불가능한 확장성을 실현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제는 "잘하는 1명"이 생산하는 가치의 양이 훨씬 더 커질 겁니다. 사실 몇 년전에도 잘하는 엔지니어 1명이 생산할 수 있는 가치의 양은 평범한 엔지니어의 10배를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AI를 잘 활용하는 잘하는 1명"과 "AI를 적당히 활용하는 적당한 1명"의 가치 생산 차이는 훨씬 더 커질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AI를 활용한 비용의 감소보다는 AI를 활용한 가치 생산의 차이가 얼마나 커질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
이제 물이 빠질 겁니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 Warren Buffett
이런 시대의 흐름 덕분에 이제 우리는 어떤 회사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기업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알 겁니다. 우리 회사의 일들, 나의 일들이 AI로 대체되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는 엄청 어려운 과업을 하는 중이거나, 일을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AI를 통해서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인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AI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를 제대로 파악하고 AI와 자동화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AI는 인간의 인지 범위 안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패턴을 스스로 찾고 학습하는 존재이긴 하나 초기의 인간 작업에의 적용에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중요합니다.
- 인간이 하던 하나의 큰 작업을 작은 작업들로 분절할 수 있어야 한다.
- 그 분절한 작은 작업 중에서 정말 단순 반복하던 작업과 인간이 특정한 기준에 따라서 판단하던 작업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 여러가지 기준에 따라 판단하던 작업을 더 잘 쪼개고, 판단의 기준을 명시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업이 AI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모든 과정에서 기업이 각 구성원과 조직의 작업을 얼마나 잘 쪼개어서 접근할 수 있는지가 정말 큰 성공(혹은 실패) 요인이 될 것입니다.
가치를 극대화 하는 지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어느 지점이 리소스의 병목 지점이고, 그 병목 지점에 투입할 사람들의 핵심 역량을 잘 저의하고 그 역량을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리텐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시대에 기업의 가치 창출에 10명 이상의 증분을 만들 수 있는 1명은 어느 기업에서나 탐내는 인재일 수 밖에 없죠. 야심이 있고, 굉장히 스마트하며, 비효율과 불합리한 관행을 거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재 유치와 유지 양쪽에서 경쟁이 격해지고 그 인재를 계속 리텐션 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이 이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클 겁니다.
즉, 지금의 시대에서 성공하는 회사는 이런 Acceptance Criteria를 충족해야 합니다.
- 쪼개라: 본인들의 업무를 잘 쪼개어서 파악하고, 그 쪼갠 업무를 굉장히 높은 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다.
- 구분하고, 사람을 대체하라: 이 쪼갠 업무들 중에서 사람이 계속 해야 하는 업무와 아닌 것들을 냉정하게 구분하여 AI와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분할 수 있다.
- 중요한 업무를 구분하라: 이 쪼갠 업무들 중에서 1명의 채용으로 multiple이 큰 업무를 구분하고, 그 지점에 필요한 인재의 특성을 잘 정의하고 채용 순간에 잘 식별할 수 있다.
- 데려오라: 그 인재를 시장의 경쟁 속에서도 유치할 수 있다.
- 유지하라: 어렵게 채용한 인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그 인재에게 알맞은 일을 제공하고, 인정과 피드백을 제공하며, 보상을 맞춰줄 수 있다.
여러분의 회사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아마도 점점 더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물론 모두 다 잘하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장기적으로는 결국 못하는 회사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못하는 회사가 그나마 버틸 수 있던 시간이 AI 시대 이전보다 더 짧아질 겁니다.
물론 AI가 점차 더 발전하면...아마도 제가 앞서 언급한 성공하는 회사의 조건 중에서 1/2/3번 모두를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는 잘하는 회사와 아닌 회사의 차이는 4번과 5번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업무들이 많아지기 전까지...그나마 인간이 "의사결정"이라는 특정한 영역 안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굉장히 짧은 몇 년(혹은 몇 개월)>입니다. 이 시기에 격차를 벌이거나,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미래의 생존이 점차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제 점차점차 더 수영장에 물이 빠질 겁니다. 만약 지금 벌거벗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서는, 한시라도 더 빨리 수영복(위의 AC들)을 입기를 바랍니다. 개인도, 기업도 이제는 빨리 수영복을 찾아서 입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역시도 지금의 이 상황에서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물이 빠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매일 가지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생길 것 같아요. 😄
저라고 지금 이 상황을 굉장히 잘 이겨내고 있다는 뜻으로 이 글을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제가 해석하는 지금의 상황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저 자름의 노력은 이런 방향일 것임을 말하는 수준이긴 합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목소리를 정말 많이 듣고 싶으니, 혹시라도 다른 생각이거나 저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들은 ahn.changyeong@gmail.com 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