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안 하는 것'의 어려움

전략은 뭘 하느냐가 아니라 뭘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수평적 조직에서는 모두가 '신호'를 캐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의사결정권자에게는 신호와 소음이 뒤섞여 들어온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실행이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려면 결정 과정의 합리성, 목표의 정렬, 그리고 성과 인정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뭘 '안 하는 것'의 어려움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 내뱉고 다녔던 것 같다.

전략은 뭘 하느냐가 아니라 뭘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여전히 똑같은 생각이다. 전략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끼고 이겨서 승리하기 위한 행동 지침이고,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하면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 일을 모두 다 하려고 들면 어떤 일도 잘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 상황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저 명제를 알고 있다고 해서 저 명제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나 수평적인 조직을 표방하는 곳에서는 더 어렵다. 모두가 각자 생각하는 성공하면 좋을 일들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해서 말하기도 한다. 즉, 누구나 본인이 '신호'를 캐치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호와 소음 모두가 반복해서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나마 결정하는 과정은 좀 쉽다. 결정이야 사실 동전을 던져서도 할 수 있고, 이 결정을 선언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결정을 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중간 과제가 있지만, 회사 일이라는게 높은 사람이 하겠다고 하면 하는 그런 분위기도 있지 않는가.

가장 어려운 지점은 결국 실행이다. 실행을 하다보면 하면 좋을 것 같은 일들은 너무 많이 보이고, 때로는 우리가 세웠던 전략이나, 선택과 집중의 지점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훨씬 더 잘 보이니까. 보통 스타트업이 하는 일들은 꽤나 높은 확률로 실패하거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한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영 아니게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또 하나의 좋은 대안이 보이면 그 대안을 실행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뭐 나라고 정답을 잘 알고 있겠나...ㅠㅠ

하지만 내가 지금 계속 노력하는 것은 3가지다.

  1. 선택과 집중을 하는 지점이 왜 합리적인지 소통한다.
  2. 그 선택과 집중의 지점에 조직의 목표를 얼라인한다. 즉, 시선을 차단하려고 노력한다.
  3. 상시든 반기/연말의 평가에서 "선택과 집중의 지점"에서 낸 성과를 훨씬 더 가산점을 둬서 평가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선택과 집중의 지점이 아닌 곳에서의 성과를 살짝 할인하기도 한다.)

예전에 어느 회사의 인터뷰에서 '사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인터뷰라기보다는 커피챗에 좀 더 가까웠는데, 뭔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내 대답은 이랬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특정인이나 특정 조직에 기회, 승진, 보상이 주어지며 특정 조직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는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특정인이나 조직의 장이 정치를 잘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의 생각도 큰 차이는 없다. 이 명제를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뜻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조직은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기회, 승진, 보상이 주어지고, 실패의 책임을 지게 한다.

요즘은 선택과 집중이 잘 안되는 상황을 만날 때에 가장 중심해서 생각하는게 "이 상황을 야기하는 사람의 리더들은 이 사람의 무엇을 높이 평가하고, 무엇을 피드백하는가?"이다. 즉, 회사가 권한을 위임한 리더들의 성과 인정이 결국 선택과 집중의 방향과 얼라인 되지 않는다면 선택과 집중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라인 되어서 바라보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도 확인한다. 이 두개가 선택과 집중과 어긋나있는데...선택과 집중을 잘 할 수는 없다.

'뭘 안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비슷하다고 본다. 뭘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칭찬과 인정을 받기 어렵다. 왜냐면 계속 해서 터지지 않는 일에 고집을 부리면서 그 일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특히 내 리더가 뭐라도 하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만약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선택과 집중이 어려우면 3가지를 생각해보자.

  1. 내가 지금 선택과 집중을 하는 지점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는가? 합리적인 근거를 통한 결정이었는지, 혹은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로 결정되었는가? 이런 것들을 살피고 결정의 과정의 핵심을 파악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2. 내 목표 혹은 내 조직 목표는 이 선택과 집중의 지점과 얼라인 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목표를 시프트하든, 내 일을 시프트해야 한다.
  3. 내 리더는 무엇을 인정하고 칭찬하는가?

만약...내 일이 맞는 것 같다면 저 세가지 지점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내 일에 확신이 없다면 저 세가지 지점과 얼라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내 일이 맞는 것 같은데...저 세 가지 지점은 무슨 수를 써도 안 바뀔 것 같다면, 이직해야 한다.

전략의 요체는 뭘 하지 않느냐이고, 이 하지 않음의 결정과 실행을 잘 하려면 결정 과정, 명문화 된 목표 수립,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인정과 칭찬 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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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의 3가지 체크 요소 - 지표, 기준, 그리고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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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면서 챙기는 여러 가지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lignment(정렬)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지, 산출물의 기준은 명확한지, 다른 팀과의 협업 구조는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구조인지. 특히 조직 간 이해 충돌을 Win-Win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사람을 갈아서 일하지 말고,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By Changyeong Ahn
추상적인 단어를 우리 팀의 단어로 바꾸세요.

추상적인 단어를 우리 팀의 단어로 바꾸세요.

팀에서 '실행 속도가 느리다', 'MLP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나요? 이런 추상적인 단어들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각자 다른 것을 상상하며 평행선을 달리게 됩니다. MLP가 일반적으로는 '사용자가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하지만, 우리 팀에서는 '돌발 변수까지 처리하는 제품'으로 정의했습니다. 공통의 언어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By Changyeong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