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별로 안 줄었지만, 맥락은 풍성해진 AI 활용한 Pager 작성 썰..

AI가 제 업무 시간을 줄여줄 거라 기대했는데... 아니었습니다. 😅 대신 제품 기획의 깊이가 확실히 달라졌죠. 6개월간 Product Pager 작성에 AI를 활용하며 배운 실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퍼소나 대화부터 가상의 Press Release까지, AI와 함께라면 놓치기 쉬운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별로 안 줄었지만, 맥락은 풍성해진 AI 활용한 Pager 작성 썰..

최근 제품 기획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AI가 생각보다 제 업무 시간을 줄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_-;; 대신,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획의 퀄리티, 특히 시각의 풍성함이 더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AI 덕분에 놓치기 쉬운 관점들을 잘 찾게 되었고, 이것이 제품을 개발하는 팀 입장에서는 더 풍성한 맥락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Product Pager 간단 설명

Product Pager는 아마존의 유명한 6-pager 문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 기획 문서입니다. 아마존이 쿠팡에 영향을 줬고, 마침 저희 팀에 쿠팡 출신의 PO가 합류하면서 Pager를 좀 더 간소한 버전으로 정리했습니다. 아마존이 6-pager로 일하는 것처럼, 레몬베이스도 제품 개선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틀로서 Pager를 만들었습니다.

대신 아마존처럼 완벽한 문장과 논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구조화 하는 것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

AI를 활용하는 섹션들

Product Pager는 총 9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섹션들을 다 소개드리지는 못하지만, 이 중에서 AI가 도움이 되는 세션들을 말씀 드릴게요.

대체적으로 아직 저는 AI를 주로 풍성한 사례와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섹션들에만 사용합니다. 그 외의 것들을 더 잘 쓰기에는 제가 프롬프팅을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1. Problem & Pain Point - 헤드라인 작성

이건...아마존의 'Working Backwards' 방식에서 작성하는 가상의 Press Release입니다.

처음에는 이걸 직접 썼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쓰는 것도 힘들고, 고객 반응을 상상해서 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AI로 Pager 쓰기 프로젝트를 함녀서 제일 먼저 여기부터 적용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프롬프트는 꽤 상세합니다. 고객 문제, 솔루션, 타겟 고객층 등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PR의 구성 요소(헤드라인, 부제목, 문제 제시, 솔루션 소개 등)를 명시합니다. 좀 중점적으로 봤던 것은 PR 기사의 스타일 가이드라인인데요. 약간 낯간지럽게 나올 때도 있지만 '미래가 아닌 현재 시점에서 작성', '고객 가치 중심', '구체적 수치 포함' 같은 가이드를 제공하니 풍성한 맥락의 Press Release가 나왔습니다.

2. 고객 문제의 본질 파악하기

"고객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Product Page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것만 잘 써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ㅎㅎ 표면적인 문제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인데, 이때도 AI가 유용합니다.

저는 이 문제 딥다이브에서 5 whys와 Jobs to be Done 방식을 주로 차용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문제의 딥다이브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롬프트에서 핵심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서 문제의 딥다이브를 멈추는 것이었고요.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판단하는 criteria를 프롬프트에 다 적어보는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3. 가상의 퍼소나 만들기

이 섹션은 모든 섹션 중에서 AI 활용이 가장 빛을 내는 섹션입니다. 데이터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퍼소나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해줍니다.

제일 재미있는 건 '가상의 퍼소나 간 대화'입니다. 이건 마켓핏랩의 정성영님의 페북 포스팅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면서 좀 더 디벨롭한 것인데요. 서로 다른 유형의 사용자가 우리 제품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 AI가 시뮬레이션해주는데, 이게 의외로 인사이트가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B2B SaaS 제품이라면 '구매 결정권자'와 '실무자' 퍼소나 간의 대화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실무자는 기능의 편의성을 중요시하지만, 결정권자는 ROI와 보안을 걱정하는 식의 현실적인 대화가 나옵니다.

4. Product/Business Outcome 예측

Pager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Logic 섹션이 있습니다. 에서는 제품 개선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합니다. 여기서도 AI를 활용하는데, 방식이 조금 특별합니다.

먼저 PO가 직접 Product Outcome과 Business Outcome을 작성합니다. 그 다음 같은 정보를 AI에게 주고 따로 작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두 버전을 비교합니다. 일종의 앙상블을 사람-AI로 만들어 돌리는 느낌인데요.

신기하게도 AI는 제가 놓치는 2/3차 효과들을 자주 짚어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기능 인지 증대에서 저는 "Activation Rate 개선"만 생각했는데, AI는 "고객 지원 문의 감소로 인한 운영 비용 절감" 같은 다른 효과들도 제시하더라고요.

AI 활용의 실제 가치

이렇게 Product Pager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이러합니다.

AI는 시간을 아껴준다기보다는 케이스를 넓혀줍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케이스들을 말해주고, 놓친 케이스들도 발견하게 해주죠. 특히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하다보니 제가 놓치는 외부자의 관점을 더 부어주기도 합니다. 퍼소나 대화도 그러하고요.

Pager 작성용 프롬프트들

하지만 또한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프롬프팅이 정해져서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서 각종 콘텐츠 생성까지는 효율적이지만.. 너무 넓은 케이스가 등장하면 같이 제품을 만드는 동료들이 읽기에 너무 많은 양이 작성될 수 있어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면서 리뷰하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프롬프트 주의 사항

그런데 확실히 AI로 Pager를 쓰면서 프롬프트를 만들다보니 이런 점은 주의해야 하더라고요.

  1. 컨텍스트를 충분히 제공할 것: AI는 우리 회사와 제품의 특수한 상황을 모릅니다. 프롬프트에 충분한 배경 정보를 포함시켜야 쓸만한 결과가 나옵니다.
  2.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 AI가 생성한 내용을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특히 숫자나 구체적인 예측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AI는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할루시네이션은 정말 필수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써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3. 프롬프팅은 최대한 정교할 것: AI를 활용할 때, 그 프롬프팅은 최대한 정교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직접 프롬프트를 다 짜다가 어느 순간에는 앙상블로 모델들을 쭈욱 순환하면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4. 혼자서만 보지 말고 함께 볼 것: 혼자서 AI를 활용해 문서를 만들고 끝내면 안 됩니다. AI가 생성한 내용을 팀과 함께 리뷰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짜 인사이트가 나옵니다.
프롬프트 예시

마치며

Product Pager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해보니 이젠 AI 없이 Pager 쓰는게 좀 어색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AI가 제 업무를 온전히 다 대체하진 않는데 이게 좋은건지...아니면 제가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분명한 것은...AI는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하고, 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게 하며, 더 풍성한 컨텍스트를 만들어 줍니다.

결국 Product Pager의 핵심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생각을 만드는 것인데요. AI는 그 생각을 잡아가는 동안, 보지 못하던 것들을 더 잘 보게 해줍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작은 부분부터 AI를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작하고, 실험하고,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배우고, 수련하고, 지속적으로 써먹는" 과정이니까요.


이 글에서 소개한 프롬프트와 방법론은 우리 팀의 상황에 맞게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더 좋은 방법을 찾으셨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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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의 3가지 체크 요소 - 지표, 기준, 그리고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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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면서 챙기는 여러 가지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lignment(정렬)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지, 산출물의 기준은 명확한지, 다른 팀과의 협업 구조는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구조인지. 특히 조직 간 이해 충돌을 Win-Win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사람을 갈아서 일하지 말고,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By Changyeong Ahn
뭘 '안 하는 것'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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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뭘 하느냐가 아니라 뭘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수평적 조직에서는 모두가 '신호'를 캐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의사결정권자에게는 신호와 소음이 뒤섞여 들어온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실행이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려면 결정 과정의 합리성, 목표의 정렬, 그리고 성과 인정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By Changyeong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