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제품 PM이 잘 빠지는 함정
제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오히려 문제를 더 만들기도 합니다. 고객을 우리처럼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최근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합니다.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종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저는 고객을 능동적인 개인일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고객이 문제를 만나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 고객은 능동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명확한 가이드와 체계적인 흐름을 원했습니다.
그 결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 오히려 고객들에게는 불필요한 학습과 혼란을 주는 새로운 문제가 된 셈입니다.
이제, 이 역설적인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문제 해결 vs. 문제 생성 - 제품의 딜레마
제품을 만들 때 우리는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설계합니다. 그런데 해결할 문제가 퍼소나도 단순하고, 문제 역시 단순하다면 괜찮겠지만 여러 퍼소나가 여러 상황에서 제품을 쓴다면 고객의 모든 use flow를 다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출시 전, UT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많은 기업 고객들의 서로 다른 상황/제도/문화 속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B2B 제품에서는 이를 다 생각하고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경험이 많은 Product Manager, Product Designer도 조금은 쉽게 이런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고객은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그들의 필요와 기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팀에 공유한 글입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OOO기능을 만들면서, 고객을 어느 정도는 능동적인 사람일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즉,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고객들은 명확한 가이드와 체계적인 플로우를 원했고, 문제 해결을 본인이 직접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플로우를 기대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고객의 A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은 만들었지만, B라는 문제는 만드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을 우리처럼 생각하는 함정
B2B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통적인 산업 내의 기업이나 큰 규모의 테크 기업들의 문제를 정의할 때, 종종 고객이 우리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고객은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aaS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고객을 고민하면 엉뚱한 솔루션만 제공합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 우리는 '고객이 이 기능을 쓰면서 이런 문제나 불편함이 생기면, 그래도 이렇게 풀 수 있을거야.'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고객은 그 문제 자체가 싫을 가능성이 크죠.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내가 왜 그것까지 해야 해?
이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접근법입니다:
-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크플로우와 그 이유를 이해하기: 고객 인터뷰나 피드백 미팅을 통해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크플로우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을 B2B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이 워크플로우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안 되죠. 그렇기에 "고객의 멘탈 모델 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돈(회사의 비용, 매출 기회, 보상 설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 나에게 유리하기 위해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점검하기: 사실 B2B 제품을 만들다보면 고객의 행동을 가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이 때, 내가 고객을 가정한 것이 나에게 유리하게(e.g. 내가 생각한 것이 맞게, 내가 기획한 것이 맞게, 지금 디자인한 UX를 더 잘 쓰게) 상상한 것인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걸 점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내가 생각한 고객의 멘탈 모델과 꽤 척점에 있는 멘탈 모델을 잡아보고 이런 멘탈 모델에서는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로드맵 잡기: 한 번에 문제를 다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고객들의 멘탈 모델을 잘 반영했다고 해도 B2B 제품에서는 다양한 캐릭터의 기업들이 고객으로 등장하고, 다양한 퍼소나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문제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서 룸을 잡아두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결론: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결국 제품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지, 문제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최근 얻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제 해결의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내가 틀릴 가능성, 너무 희망적인 예측만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됩니다. 좋은 시작점에서 출발하고,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문제 해결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