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자주 고객을 만나나요?

의사 결정의 본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과 해상도 높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저는 의사 결정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준/정보/전문성 3가지로 봅니다. 오늘은 높은 해상도를 갖추기 위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얼마나 자주 고객을 만나나요?

오늘은 Product Manager가 제품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할 때의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간단하면서도 넓게 들여다보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서 적습니다. 이 글이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좋은 의사 결정을 만드는 요소


저에게 이 의사 결정에 대해서 가장 큰 인사이트를 준 분은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입니다. 장의장님이 크래프톤에 집중하기 전에 한동안 본엔젤스 일에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고, 마침 제가 그 당시 본엔젤스의 EIR이어서 자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제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이런 이야기였어요.

스타트업은 처음 시작할 때, 무엇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담당자를 두고 시작해야 한다. 공동 창업자들끼리 이 룰을 협의하는게 중요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한 것들은 의사 결정이 아니다. 정보가 불충분하고, 그 정보를 더 모으기 위해 input의 증분 대비 얻어지는 정보가 적다면 더 이상 정보를 모으지 않아야 하고 그 상태에서는 불확실하지만 결정해야 하며 그게 의사 결정이다.

아마 그 시점부터 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우고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1. 의사 결정이 해야 할 때, 이것이 의사 결정 대상인지 정보를 더 수집할 것인지를 명확히 한다.
  2. 특정 사안의 의사 결정권자를 명확히 한다.
  3.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다음의 3가지를 명확히 한다.
    1. 지금 우리는 의사 결정의 기준을 잘 갖추고 있는가?
      1. 기준은 명확하여 중학생에게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인가?
      2. 이 기준에 따라 결정하면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가?
      3. 기준에 따라 결정하면 딱 하나의 결정으로 귀결될 수 있는가?
    2. 지금 우리는 임계 지점에 도달한 수준의 높은 해상도의 정보를 가졌는가?
      1. 우리는 지금 신호와 소음을 구분할 수 있는가?
      2. 가능한 한 고객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정보를 수집/가공한 사람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가?
    3. 지금 우리는 이 정보들의 수집과 해석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에게 전문성이 없더라도 진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안다면, 그 사람들로부터 정보의 수집/해석 프로세스에 대해서 공유 받고 내재화 했는가?

결국 의사 결정에 이은 실행까지를 고려한다면, 의사 결정이 필요한지와 누가 의사 결정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면, 기준, 정보, 정보의 수집/해석의 전문성 3가지를 중요하게 뒀습니다.

정보의 해상도 높이기


오늘의 본론입니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보다는 정보의 해상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죠. (제가 내일 여행을 가야 해서 준비하러 빨리 집에 가야 해서요.)

의사 결정권자는 의사 결정을 위해 높은 해상도의 정보에 기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원래 당연한 말이 더 지키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높은 해상도의 정보에 기반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객이 해결되길 원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 그 문제를 주로 겪는 고객은 누구인가?
  • 그 고객들이 문제를 겪게 되는 맥락이나 워크플로우는 무엇인가?
  •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인입되었는가?
  • 이 문제을 최초 접수한 사람은 어떤 의견을 더 해서 리포팅했는가? 왜 그 의견을 더했는가? 어떤 것들은 누락되었고, 왜 누락되었는가?
  • 이 문제가 리포팅되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정보들이나 누락된 정보들은 무엇이고, 정보의 첨가와 누락의 동기는 무엇인가?
  • 고객이 직접 언급한 솔루션이 있는가? 있다면 왜 그러한 솔루션으로 말했는가?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다음의 명제입니다.

💡
고객으로 인입된 정보는 회사로 들어와서 유통되어 나에게 들어올 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묻어서 정보가 누락되거나 첨가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의사 결정권자가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집한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바이어스가 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경우, 고객 인터뷰 내용이나 고객 미팅 내용, UT 리포트, 각종 영상 등을 직접 확인하면서 본인이 높은 해상도의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착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사전에 합의된 의사 결정 기준이나 전문성에 기인하지 않은 정보 수집"을 한 결과이기에 역시나 바이어스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 바이어스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3가지 방법 말고는 잘 모릅니다. 아마 더 훌륭하신 분들은 다른 방법을 쓰겠지만, 저는 약간은 무식해도 이런 방법을 썼어요.

첫째, 그냥 제가 직접 수집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말까지 매주 고객을 1회 이상 만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에 기인해서 또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둘째, 다른 분들에게 제가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싶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언급합니다. 또한 이런 대화가 적었던 분들의 정보 공유 단계에서는 정보의 추가/누락에 대한 확인보다 고객의 말 중에서 우리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우리가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여쭈면서 그 분이 최대한 몰입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합니다.

셋째, 정보 공유의 템플릿을 조금씩 바꾸고 가다듬습니다. 그래서 정보들의 수집 방식에서 최대한 저의 뇌로 정보를 수집하는 느낌을 갖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좀 어렵긴 합니다. 저도 지금 회사에서는 못하는 것입니다.

최대한 많이 고객을 만나세요.


저는 PM, PO 혹은 스타트업의 창업자 분들을 만나서 그 분들의 고민을 듣다가 꼭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
최근 12주 동안 고객을 몇 번이나 만났어요?

간접적인 정보 수집이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것 역시도 시간을 아끼고 좀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이득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중요한 의사 결정이라면 가급적 직접 고객을 만나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보의 담백한 유통과 그 과정에서의 정보의 첨가/누락에 대한 솔직한 공유가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Read more

Align의 3가지 체크 요소 - 지표, 기준, 그리고 조직

Align의 3가지 체크 요소 - 지표, 기준, 그리고 조직

제가 일하면서 챙기는 여러 가지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lignment(정렬)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지, 산출물의 기준은 명확한지, 다른 팀과의 협업 구조는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구조인지. 특히 조직 간 이해 충돌을 Win-Win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사람을 갈아서 일하지 말고,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By Changyeong Ahn
뭘 '안 하는 것'의 어려움

뭘 '안 하는 것'의 어려움

전략은 뭘 하느냐가 아니라 뭘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수평적 조직에서는 모두가 '신호'를 캐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의사결정권자에게는 신호와 소음이 뒤섞여 들어온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실행이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려면 결정 과정의 합리성, 목표의 정렬, 그리고 성과 인정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By Changyeong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