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X vs. 비용: PM의 전략적 판단을 가르는 5가지 질문
B2B SaaS 제품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는 단기적 고객 경험 저하를 감수하는 제품 개선이 진정한 투자(CAPEX)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레몬베이스의 Head of Product로서 경험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러한 판단에 필요한 5가지 핵심 질문과 이해관계자 설득 전략, 그리고 계절성이 있는 제품에서의 성공적인 구현 방법을 공유합니다.

저는 레몬베이스라는 HR B2B SaaS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Head of Product로 일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제 동료 Product Manager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Chang! 이 제품 개선은 일시적으로 기존의 사용자 경험과 맞지 않아서 비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건 CAPEX입니다. 이 일을 해야 나중에 더 큰 리턴을 얻을 수 있는 제품 개선을 해낼 수 있어요."
그 순간, 저는 이 제안이 진짜로 CAPEX(자본 지출)인지 아니면 그저 위험한 제품 개선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인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제품 리더가 마주하는 딜레마일 거예요.
당장의 고객 경험과 장기적 제품 비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우리는 종종 단기적 비용에 얽매여 장기적 가치를 놓치곤 하죠. CAPEX를 식별하는 5가지 핵심 질문은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CAPEX란?
전통적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CAPEX(Capital Expenditure)는 건물, 장비, 인프라와 같은 유형 자산에 투자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에서는 이 개념이 더 미묘해집니다. 여기서 CAPEX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습니다:
- 장기적 가치 창출: 당장은 수익이나 사용자 만족도에 기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품의 역량, 확장성,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
- 근본적 개선: 단기적 해결책을 계속 쌓아가는 대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의 제품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
- 플랫폼 강화: 당장의 새로운 기능이 아닌, 미래 기능 개발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
제가 관리하는 레몬베이스 제품은 기업의 목표 수립, 성과 관리, 피드백, 평가 등을 지원하는 SaaS 제품입니다. 보통 이런 제품은 뚜렷한 계절성(seasonality)을 갖습니다. 연초의 목표 설정 시즌, 중간 점검 기간, 연말 평가 시즌 등에 사용량이 집중되죠. 이런 맥락에서 제품 개선의 CAPEX 판단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특정한 시즌을 놓치면 1년이 지나야 시즌이 돌아올 때도 있으니까요.
비용처럼 보이는 CAPEX를 식별하는 5가지 핵심 질문
제품 개선이 단순한 비용이 아닌 진정한 CAPEX인지 판단하기 위해, 저는 다음 5가지 질문을 핵심적으로 활용합니다.
Q1. 이 개선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ROI 타임라인은 어떻게 되는가?
모든 CAPEX 판단의 핵심은 미래 가치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HR 제품에서 목표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은 단기적으로 사용자 혼란을 가져왔지만, 1년 후에는 목표의 조정이나 얼라인, 협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투자 회수 타임라인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3개월 내에 고객 지원 요청이 30% 감소할 것이며, 6개월 내에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예측을 해낼 수 있어야 해요.
Q2. 사용 패턴의 계절성을 고려할 때, 이 변경 구현의 최적 시점은?
계절성이 있는 B2B 제품에서 타이밍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연간 성과 평가가 시작되기 한 달 전에 평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변경한다면? 재앙입니다. (전 이 경험도 있습니다..)
레몬베이스는 지금도 엄청 중요한 아키텍처 변경을 연중 사용량이 가장 적은 시기에만 진행하려고 하며, 그 다음의 중요한 시즌까지 3개월의 적응 기간을 확보하려고 자원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제품의 사용량 측면의 계절성 뿐만 아니라 GTM 측면의 계절성(seasonality)도 중요합니다.
Q3. 이 개선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적응을 지원할 것인가?
어떤 CAPEX라도 고객의 적응 관리는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팀에서 새로운 목표 설정 인터페이스로 전환한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겠죠.
- 2개월간 새 UI와 기존 UI를 병행 운영하는 옵션 제공
- 변경 전 웨비나와 가이드 제공
- 주요 고객사를 위한 전담 지원 담당자 지정
- 초기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는 애자일한 개선 계획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 불편함을 크게 줄여, 투자의 장기적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Q4. 이 개선이 확장성과 미래 유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진정한 CAPEX는 단순히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합니다. 좋은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 변경 이후 새로운 기능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가?
-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을 더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
- 대규모 고객사의 복잡한 조직 구조를 더 잘 지원하는가?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만드려고 하는 큰 변화는 아마 분명히 초기에 큰 혼란을 만들 수 있겠으나...이후 맞춤형 워크플로우, 유연한 구조, 중간에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확실한 대응들을 훨씬 더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Q5. 이 개선의 성공을 어떻게 측정하고, 어떤 lesson을 얻을 것인가?
CAPEX 투자는 명확한 성공 지표와 측정 계획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다음과 같은 지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제품 개선: 새 기능 개발 소요 시간 단축, 제품 확장성 향상
- 고객 영향: 지원 티켓 수, NPS 변화, 특정 기능 사용률
- 비즈니스 영향: 고객 유지율, 업셀 기회, 신규 시장 진출 가능성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측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향후 투자 결정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런 경우에는 Product Implementation -> Product Output -> Product Outcome -> Business Outcome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시뮬레이션하고 각각의 항목별로 긍정회로, 부정회로 모두 다 돌려본 다음에 lesson learned를 예상해봅니다.
CAPEX에 대한 이해관계자 설득
Customer Success Team과의 갈등 해결
CAPEX 판단을 내렸다면, 다음 과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특히 당장의 변화로 부담을 느끼는 Customer Success Team과의 갈등은 흔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례에서도, 고객 경험에 단기적 변화를 가져올 재설계 작업을 추진했을 때 CS 팀의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우려는 타당했습니다 - 갑작스러운 변화는 고객 문의와 불만을 증가시킬 수 있으니까요.
뛰어난 Product Manager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CS 팀을 위한 효과적인 소통 전략
- 데이터로 장기적 이익 증명하기 - CS 팀에게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그들의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입니다. "이 변경 후 6개월 내에 반복적인 지원 요청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팀당 주당 약 15시간의 업무 감소를 의미합니다."
- 전환 지원 계획 공유 - CS 팀의 가장 큰 걱정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고객 문의 폭주입니다. 상세한 전환 지원 계획을 공유해야 합니다.
- 고객용 교육 자료와 가이드
- 전담 지원 인력 배정 계획
- 단계적 출시 일정
- 이슈 발생 시 에스컬레이션 프로세스
- 고객 커뮤니케이션 자료 공동 개발 - CS 팀과 함께 고객에게 변경 사항을 설명할 자료를 개발하세요. 그들은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므로, 이 과정에 참여하면 더 나은 메시지를 만들 수 있고 변화에 대한 주인의식도 갖게 됩니다.
- 성공 사례 초기 확보 -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일부 고객의 성공 사례를 먼저 만들어, CS 팀이 이를 다른 고객들에게 공유할 수 있게 하세요. 동료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변화 수용에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우리 사례에서는 CS 팀과의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하고, CS팀과 라포가 충부한 몇 명이 적극적으로 설명을 했습니다.(온갖 방식을 동원해서...)이를 통해 변경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환 계획 수립에도 참여 시켰죠. 결과적으로 CS팀이 이 변화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기억의 왜곡은...조금 있을 수 있어요 ㅎㅎ)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전략: 경영진, 세일즈팀
경영진은 투자 결정의 비즈니스 임팩트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재무적 영향: "이 투자로 장기적으로 운영 비용이 20% 감소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이 가능해져 연간 매출이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경쟁 우위: "주요 경쟁사 3곳이 이미 이러한 접근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 변경 없이는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됩니다."
- 리스크 관리: 명확한 리스크 평가와 대응 계획 제시
반대로 세일즈팀은 고객 획득 과정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죠. 조금 더 전선을 좁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 차별화 포인트: "이 개선은 특히 엔터프라이즈 고객 세그먼트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 신규 시장 기회: "이 변경으로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금융 및 의료 분야 시장 진출이 가능해집니다."
- 구체적인 세일즈 토킹 포인트: 고객 대화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 제공
실전 팁: SaaS의 CAPEX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B2B 제품, 특히 계절성(Seasonality)이 강한 B2B SaaS에서 CAPEX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1. 계절성을 활용한 타이밍 설계
우리의 HR 제품에서는 다음과 같은 타이밍 전략이 효과적이었습니다:
- 주요 변경은 사용 저점 기간에 구현: 연중 사용량이 가장 적은 시기를 파악하여 큰 변화를 그 시기에 맞춤
- 다음 피크 시즌 최소 2-3개월 전 완료: 사용자들이 중요한 시즌 전에 충분히 적응할 시간 확보
- 단계적 출시로 리스크 분산: 모든 고객에게 동시에 출시하지 않고, 고객 세그먼트별로 순차적 출시
2. 변화 관리의 원칙
- 충분한 사전 공지: 변경 최소 1-2개월 전에 고객에게 공지
- 명확한 가치 제안: "이 변경으로 목표 설정 시간이 30% 단축되고, 팀 간 목표 정렬이 더 용이해집니다"
- 옵트인 기간 제공: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 동안 새 버전과 기존 버전 사이를 전환할 수 있는 옵션 제공(이 선택지는 조금 위험한 면도 있습니다.)
- 집중 지원 기간 설정: 출시 후 처음 몇 주간 추가 지원 리소스 배정
3. 피드백 루프 설계
효과적인 CAPEX 구현은 신속한 학습과 조정을 필요로 합니다:
- 초기 사용자 행동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 실시간 피드백 채널 마련
- 빠른 대응을 위한 "핫픽스" 프로세스 준비
- 정기적인 이해관계자 업데이트 세션 진행
4. 성공 증명과 학습 공유
CAPEX 투자의 성공을 입증하고 조직의 학습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투자 전후 비교 데이터 문서화
- 예상치 못한 결과와 학습 사항 공유
- 성공 사례를 향후 투자 결정의 근거로 활용
- 조직 내 제품 투자 프레임워크 개선에 기여
결론: CAPEX 사고는 제품 리더십의 핵심
제품 관리에서 CAPEX 판단은 기술적 결정이 아닌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단기적 고객 만족과 장기적 제품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은 뛰어난 제품 리더를 정의하는 특성입니다. 물론 저라고 해서 위의 모든 것을 다 하진 않았습니다 ㅠㅠ 제가 엄청 뛰어난 제품 리더는 아니었다는 방증이네요 ㅠㅠ
우리 사례에서는 약간 어정쩡한 성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에 보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결정 중 하나로 인정할만큼의 성과로 느껴지지만, 어떤 순간에는 다소 무리한 개선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결과 해석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가 좀 더 다층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용처럼 보이는 CAPEX를 식별하고 추진하는 과정은 제품 관리의 "기술"이 아닌 "아트" 영역에 속하죠.(아직은). 데이터는 일종의 가이드는 해주지만 최종 판단은 제품의 비전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효과적인 협력을 거치고, 어떨 때는 직관적인 판단도 해야 합니다.
결국, 어쩌면..CAPEX 판단은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데이터가 길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마지막에는 사람의 직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죠. 제품 리더로서 제가 배운 것은, 마지막에는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아트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제품 여정에서 어떤 "비용"이 실제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때로는 가장 논쟁이 많은 결정이 가장 큰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B2B SaaS 회사에서 Head of Product로 일하며 얻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제품 리더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