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대신 상상력: 생성형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 PM으로서 Claude와 ChatGPT를 매일 사용하지만,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AI를 "상상의 부스터"로 활용해 구체적인 페르소나 구축, 엣지 케이스 탐색, 다양한 관점 확보에 활용해요. 정답 추구의 함정과 효과적인 AI 협업 방법, 그리고 주의해야 할 확증 편향까지. 레몬베이스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AI 활용 마인드를 공유합니다.

저는 B2B SaaS 제품을 관리하면서 Claude나 ChatGPT 같은 대화형 AI를 거의 매일 사용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AI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AI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상상"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요구합니다.
정답을 찾지 않는 이유
이유 1. 우리만의 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생성형 AI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뭐야?", "베스트 프랙티스를 알려줘"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제품 관리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정답"을 찾는 것이지, 일반적인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레몬베이스에서 새로운 기능을 기획할 때, AI가 제시하는 "업계 표준 방법"보다는 "우리 고객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생성형 AI는 Google이나 Netflix의 사례를 제시할 수 있지만,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겪는 구체적인 고민은 알지 못하니까요.
이유 2. 사실 생성형 AI는 정답을 찾아주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아직은) 정답을 찾아주는 것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 학습된 지식을 기반으로 그럴싸한 대답을 만들어주는 것에 더 능숙하다고 봅니다.
그나마 Perplexity 같은 검색 용도의 AI도 정답을 알려주진 않죠. 아마 원하는 정답을 얻으려면 굉장히 정교한 프롬프트를 써야 할 겁니다.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기

대신 저는 대화형 AI를 "상상의 부스터"로 활용합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시 1. 페르소나 구체화하기
"30대 중반 팀장이 성과 평가를 하는 상황"이라는 추상적인 설정을 넘어서,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을 그려봅니다.
"김민수 과장(35세)은 5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개발팀 리더입니다. 분기 평가 시즌이 되면 각 팀원의 목표 달성률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3개의 다른 화면을 계속 오가야 합니다. 특히 신입사원 이지현님의 경우, 중간에 목표가 변경되고 멘토도 바뀌었으며 부서 이동까지 있었던 복잡한 상황이라..."
이런 식으로 생성형 AI와 함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면,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 개선"이라는 추상적 목표가 아닌, 실제 업무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페인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시 2. 엣지 케이스 탐색하기
대화형 AI에게 "이런 기능을 만들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을 상상해봐"라고 요청합니다. 혼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어요.
예시 3. 다양한 관점 확보하기
"이 결정에 반대할 만한 이유들은 뭐가 있을까?"라고 물어보며 의도적으로 반박 논리를 만들어봅니다. 확증 편향을 방지하고 더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참고. 맥락에 따른 AI 활용법
그래서 저는 어떤 때는 AI를 생성형 AI로 쓰고, 어떤 때는 대화형 AI로 쓰는 것 같습니다.
- 생성형 AI로 활용할 때: 아이디어나 시나리오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사용자 행동 패턴 5가지를 만들어봐"처럼 창의적 발산이 필요한 순간에 활용합니다. (물론 프롬프트는 엄청 길죠.)
- 대화형 AI로 활용할 때: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어갈 때 사용합니다. "이 페르소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 가정이 틀렸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처럼 지속적인 질문과 답변을 통해 사고를 발전시킵니다.
함정을 피하는 방법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주의할 점들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의 지식이지만 이런 것들이 없으면 "너무 멀리 상상"하더라고요:

- 방법 1. 데이터 앵커링을 먼저 하세요: 상상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 어느 정도의 실제 데이터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 사용자의 60%가 30대, 40%가 팀장급"같은 실제 정보를 바탕으로 상상하도록 가이드하는 것입니다. 대신 회사의 내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은 기업 계정을 이용하는 것도 좋고요.
- 방법 2. 확증 편향을 경계하세요: AI가 만들어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반대 관점을 요청하세요.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번씩 Chat GPT나 Claude가 아첨꾼이 되는 순간이 있어요. 당신이 지금 프롬프트를 잘 쓰고, 생각을 잘 정리하는 중이라서 AI가 맞다맞다 해주는게 아닐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 방법 3. 검증 계획을 함께 세우세요: 상상한 시나리오에 대해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를 항상 함께 고민하세요. 사용자 인터뷰 질문이나 A/B 테스트 설계를 미리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결론: AI는 조언자, 판단은 나의 몫
생성형 AI는 "현명한 조언자"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상기시켜주며, 사고의 폭을 넓혀줍니다. 제가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각종 케이스를 정말 현실에 있을법한 케이스로 알려줍니다.
하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제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대화형 AI는 그 판단을 위한 재료를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판단 자체를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정답을 알려줘"가 아닌 "함께 상상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AI를 활용할 때, 진짜로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본인이 하는 업무에서 옆에 있는 동료랑 같이 상상을 더 해보면서 뭔가를 정리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아니면 업계의 친분 있는 동료랑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생각을 풍성하게 만들면서, 머리에 딩하는 순간을 줬던 많은 대화를 떠올려보세요.
의외로 AI랑 함께 그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아!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역시도 잘 해내시고요. 😄
이 글은 레몬베이스에서 Head of Product로 일하며 Claude, ChatGPT 등의 대화형 AI를 활용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